산업 산업일반

'근로자 건강지킴이' 안전보건공단을 가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07 17:25

수정 2015.04.07 17:25

질병치료부터 정신상담까지.. 中企·영세 근로자 건강보호 앞장
기존 사업장 위주 지원 아닌 근로자 대상 직접 의료활동
상담심리·운동처방사 등 전문가 맞춤형 진단·예방
이용자수 4년새 4600명↑ 올 강서구·제주 등 5곳 추가

'우리나라 직업 건강 공공 서비스의 새로운 모델'인 안전보건공단의 '근로자 건강센터'에 방문한 한 근로자가 주치의로 부터 진료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 직업 건강 공공 서비스의 새로운 모델'인 안전보건공단의 '근로자 건강센터'에 방문한 한 근로자가 주치의로 부터 진료를 받고 있다.

#. 지난해 6월 경기도의 한 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 A씨는 작업 도중 캔 포장 자동 설비에 손목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14명의 직원들은 이후 우울증과 불안감에 시달렸다. 회사는 사고 다음날 직원들 모두 휴가를 보내고, 인근에 위치한 근로자건강센터에 지원을 요청했다. 센터는 직원들에게 전문가 상담, 재해 예방 교육 등을 실시했고, 이후 직원들은 회사에 복귀해 정상적인 근무를 하고 있다.


#. 15년간 서비스업에 종사한 B씨는 평소 건강에 대해 자신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근 건강센터를 방문했다. B씨는 뇌심 발병위험도 평가에서 고위험이라는 진단 결과가 나왔지만 생활 습관을 개선하지 않은 채 평소 처럼 지냈다. 하지만 갑자기 왼쪽 다리에 힘이 빠지는 느낌을 받은 뒤 재차 건강센터에 방문해 진단을 받은 결과 뇌경색 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지역 의료기관과 연계해 치료를 받았고, 후유증 없이 증상이 호전되고 있다.

'우리나라 직업 건강 공공 서비스의 새로운 모델.'

안전보건공단이 운영 중인 '근로자 건강센터'는 이 같이 요약된다. 센터는 기존 사업장 위주의 산업 보건 서비스 지원 방식이 아닌 근로자를 대상으로 직접 지원하는 보건 의료 사업을 시행한다.

설립 목적도 기존 의료기관과 다르다. 병원이 질병 치료에 목적이 있다면 건강센터는 업무상 질병을 예방하는데 있다.

영세 기업들과 근로자들의 호응은 뜨겁다. 센터는 보건 관리가 취약한 50인 미만 사업장이 밀집돼 있는 산업단지 등에서 근로자들의 '건강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류장진 안전보건공단 직업건강실장은 7일 기자와 만나 "근로자의 건강관리 활동과 직업병 예방활동에 정부와 공단 뿐만 아니라 유관기관, 지역사회가 함께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근로자 건강지킴이' 안전보건공단을 가다


■근로자 보호 대책 일환... 올해 5곳 추가 설치

근로자건강센터는 지난 2005년 정부의 공공보건의료확충 종합 계획에 따른 취약계층 근로자 건강 보호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이후 지역산업보건센터 설치 계획이 수립됨에 따라 본격화된다. 2007년 3월 국민건강증진기금을 지원받아 경기도 반월시화산업단지에서 2010년까지 4년간 시범적으로 운영된 것이 시초다.

이어 2011년 운영 예산을 산재예방기금으로 변경하고, 근로자건강센터로 개칭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산재예방기금은 근로자를 위한 업무상 질병예방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로 운영 중이다.

전국 15개 지역에 설치된 센터는 올해 5개 지역에 추가로 설치된다.

추가로 설치되는 지역은 서울 강서구, 제주시, 경북 경산시, 강원도 원주시, 전북 전주시 등이다.

현재는 경기도 시흥시, 인천시 남동구, 광주시 광산구, 대구시 달서구, 경남 창원시, 서울 금천구, 경기도 성남시, 울산시 동구, 경기도 부천시, 충남 천안시, 대전 유성구, 부산 사상구, 경북 구미시, 경기도 수원시, 전남 여수시 등에서 운영 중이다.

■사업장 위주→근로자 직접 지원

센터에는 전문의와 간호사, 작업 환경 전문가, 상담심리 전문가, 운동처방사 등이 상주한다.

이들은 직무스트레스 및 근무환경에 대한 상담부터 건강진단 결과 사후관리, 업무적합성 평가, 근골격계질환 및 뇌심혈관질환 예방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근로자의 질병 치료 목적이 아닌 질병 발생 이전 단계에서 초기 증상자에 대한 업무상 질병예방 상담과 건강행동변화를 지원하는 예방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일본과 핀란드가 실시하고 있는 공공서비스 모델과 유사한 성격을 띈다. 국내에서도 사업장 위주 방식에서 근로자를 대상으로 직접 지원하는 사업으로는 유일하다.

해외 각국의 관심도 뜨겁다.

지난해 9월 대만 고용부가 벤치마킹을 위해 울산 센터을 방문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핀란드의 한 정부 당국자가 공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 사업을 세계적 우수 모델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공단 관계자는 "장년 근로자 맞춤형 건강지원 프로그램과 취약계층 특화사업을 추진해 취약계층 지원에 집중하고, 대형 사고 현장에도 건강센터 전문 인력을 투입해 심리 및 건강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객·상담건수↑...효과 만점

이용자수와 상담건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운영 초기인 지난 2011년 2816명에 불과하던 이용객 수는 지난해 7495명으로 늘었다. 상담건수도 같은 기간 1만7067건에서 1만9793건으로 증가했다.

운영 성과도 좋다. 안전보건공단이 지난 2013년 기준 10개 지역을 대상으로 업무상 질병예방 기여도에 대해 조사한 결과, 설치 지역의 업무상질병 만인율은 12.9% 감소했다.

반면 설치되지 않은 지역은 오히려 0.65% 증가했다. 업무상 질병 만인율은 근로자 1만 명당 질병 환자 비율을 의미한다.

또 건강센터 이용자의 작업환경인식도는 88.5% 향상됐다. 직무스트레스 개선율과 뇌심혈관질환 발병위험도는 각각 65.7%, 33.8% 줄었다.

센터 이용자들의 반응 역시 뜨겁다.
센터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건강보호기여도(97.8%), 금연 등 건강습관 행동 변화(97.7%)에서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개인의 직업 건강 문제를 직접 센터에서 해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공단 관계자는 "이용자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현장의 요구를 반영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여나갈 계획"이라며 "시간적, 경제적 여건이 취약한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의 건강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라고 말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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